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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거짓인생-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줄거리, 등장인물들, 감상후기

by ♭♧※㏇ 2023. 5. 23.
드라마 안나 주인공의 모습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드라마 <안나>는 2022년 쿠팡플레이에서 제작한 2번째 오리지널 드라마입니다. 6부작으로 발표되었으나 후에 감독판으로 8부작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원작은 정한아 작가의 <친밀한 이방인>이며, 연출은 영화 싱글라이더를 연출했던 이주영 감독이 맡았습니다. 드라마 <안나>의 줄거리와 등장인물, 감상후기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안나 줄거리

인이 박혀 버린 허영심 조기교육

강원도 홍천의 작은 마을에서 영세한 양복점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청각장애인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동딸 유미는 똑똑한 아이입니다. 양복을 맞추러 온 대령의 아내 캐서린 눈에 든 유미는 대령의 집에서 영어도 배우고, 피아노도 배우고, 카드게임도 배웁니다. 영특해서 뭐든지 빨리 습득하는 유미에게 캐서린은 발레와 그림도 배워야 한다면서 할 게 아주 많다고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캐서린은 허영으로 가득 찬 여자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자신이 귀족이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친척이라는 거짓말까지 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은 '망상에 사로잡힌 병적인 거짓말쟁이'라고 화를 냅니다. 2년 후 대령이 떠나게 되었을 때, 캐서린은 낡은 중고 피아노를 비싼 값에 유미네 집에 팔아넘깁니다. 그리고 유미에게 가르쳤던 '포커페이스'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떠납니다. 유미에게 캐서린의 가르침은 맘 속에 깊이 박힌 듯합니다. 형편도 안 좋은데 굳이 발레를 배우고, 자신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하고 다니는 친구를 깔아뭉개기 위해 아빠에게 울며불며 졸라 비싼 대회에 참가에 일등을 거머쥡니다. 공부도 잘해서 반에서 늘 상위권이지만 형편없는 실력으로 굳이 미대를 가야 한다며 미술학원 선생님마저 말리는 미대입시 공부를 하며 자신 있게 말합니다. 자신은 마음먹은 건 다 한다고, 항상 그랬다며 자신만만해합니다. 그런 유미는 학교에 첫 부임해 온 젊은 음악선생님과 사귀고 있습니다. 수능을 넉 달 남겨둔 어느 날 결국 교무실로 불려 간 유미는 강제 전학을 가게 되고, 처음으로 자신의 편에 서 있지 않은 운명의 쓴 맛을 보게 됩니다. 자신은 꼭두새벽에 도망치듯이 짐을 싸 강제 전학을 가야 했지만 젊은 선생은 정직 처분만 받았을 뿐입니다. 겨우 서울의 학교에 전학하게 되지만 적응하지 못한 채 거리를 배회합니다. 결국 수능 역시 망치고 대학진학에 실패하게 됩니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스무 살이 시작된 날로부터 유미의 인생은 거짓으로 점철되기 시작합니다. 대학 입시에 합격했다고 거짓말 한 순간부터가 잘못이긴 하지만, 그 거짓말이 거짓말이 아닌 현실이 되게 하기 위해 그녀는 아빠로부터 받은 대학등록금으로 재수종합반에 등록해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거짓말을 부르고, 결국 가짜 대학생 행세까지 하게 되고, 남자친구를 따라 미국유학까지 가게 되는, 가짜 인생의 역전을 목전에 두고 그녀의 정체가 탄로 나 버립니다. 그녀는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설상가상 아빠마저 돌아가시고, 그녀는 자신의 허영과 사치 때문에 빚을 내면서까지 돈을 부쳐주었던 아빠의 수첩을 보고 정신을 차립니다. 고시원에 살며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하며 생활을 이어가지만 그 돈으로 학원 수강비를 낼 수도 없습니다. 고졸학력이라 취직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학력 무관인 직원을 뽑는다는 갤러리에 취직해 온갖 잡일을 하다 결국 그 집의 외동딸 현주의 스펙을 훔쳐 달아나게 되고 어마어마한 거짓 인생의 제2 라운드가 시작되게 됩니다. 
 
 

등장인물-- 유미의 주변 인물들

훔치고 싶었던 화려한 인생 현주의 삶

유미는 비슷한 또래지만, 하늘과 땅 차이 같았던 현주의 삶을 훔쳐 달아납니다. 현주가 결혼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는 사이, 유미는 자신의 이름을 현주의 외국이름이었던 안나로 개명하고 화려한 현주의 스펙을 자신의 이력서에 적어 넣습니다. 그리고 늘 친절하고 한결같이 그녀를 대해주는 선배 지원의 추천으로 유명입시 미술학원에 취직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그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지만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지 않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재력 있는 집안의 딸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비싼 가방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현주의 삶 역시 탄탄대로는 아닙니다. 아니 탄탄대로는 고사하고 그녀의 그토록 화려했던 삶은 마침표도 없는 문장처럼 갑자기 종지부를 찍습니다.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나 꼭 하고 싶은 일도, 꼭 가지고 싶은 것도 없이 그저 자신의 손아귀에 쥐어진 것들을 가지고 놀기만 하면 되었던 현주의 인생에도 꼭 하나 지키고 싶은 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렇게 갑자기, 뜬금없이 생을 마감합니다. 그런 화려한 삶이, 어떠한 바람에도 절대 꺼지지 않을 것 같은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 같은 삶이 창 앞의 위태로운 촛불처럼 힘없이 스러져 버린 것입니다. 
 

더러운 삶 최정훈

최정훈의 삶은 유미의 삶보다 더 악질스럽고, 거짓으로 똘똘 뭉쳐져 있습니다. 유미는 거짓된 인생속에서 행복했던 적이 없어 보입니다. 늘 불안하고, 언제 들통날까 전전긍긍하는 불안한 삶이었습니다. 현주와 같은 빌딩에 산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현주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23층 집까지 걸어 올라가는 모습은, 유미가 얼마나 불안한 삶을 이어왔는지 보여주는 예입니다. 하지만 최정훈은 그런 불안함마저 없습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유미의 신분을 알면서도 함구하고, 자신의 앞에 걸림돌이 된다 싶은 사람들은 살인도 불사합니다. 병원비도 없어 엄마를 입원시키지도 못할 정도로 가난했으면서, 자수성가한 자신의 모습에 의기양양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짐승 보듯 경멸하며 무시합니다.  결국 그의 삶도 파멸하고 맙니다. 그의 영정 앞에서 울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 아군 지원

유미의 가짜 삶에서도 마지막까지 그녀의 옆에 서 있던 인물이 있습니다. 학교 선배이자 기자인 지원인데요. 물론 지원은 유미가 가짜라는 걸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때론 아군인지, 내 인생을 꼬이게 만든 장본인인지 불분명한 사람이 있는데 유미에게 있어 지원이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원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착하기도 하고, 사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마지막까지 유미의 곁에 서서 그녀의 가짜 인생을 되돌리기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과잉친절이 겨우 맘을 다잡고 공부하고 있는, 태생적인 허영폭탄이었을 수도 있는 유미의 거짓인생에 도화선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심보냐,라고 누군가 태클을 걸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저 지원이 유미의 거짓신분에 알맞은 도움을 주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순수하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소개해주었던, 그러나 유미의 거짓인생의 제2의 서막인 학원취직, 그리고 남편 최지훈에 대해 물어봤을 때 지원은 '판단보류'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 자수성가, 리더십, 마케팅승리, 대단한 사람, 아이티 신생 벼락부자라고 낱낱이 읊어줍니다. 그게 '저 사람 괜찮은 인간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 건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오히려 유미를 도와주려는 선의였고, 모든 판단은 유미의 몫이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유미의 굵직굵직한 거짓인생의 행보마다 지원 선배가 있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감상후기

사람들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1986년, 여섯살이었던 영민한 아이 유미에게 대령의 부인 캐서린의 말은 저주였을 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녀가 카드게임에서 이겨서 기뻐했을 때 캐서린은 유미에게 말합니다. '이겼지만 하나를 놓쳤어. 네가 뭘 들고 있는지 상대가 몰라야 해. 포커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네 속 마음을 들키지 마라. ' 캐서린은 유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듯 하지만, 그녀 역시 포커페이스로 위장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대단한 신분인 듯 위선을 떨며 다녔고, 떠나면서 어차피 가지고 가기 힘들었을 구식 피아노를 생색내며 유미네 집에 비싼 값에 팔아넘기고 떠납니다. 그녀가 유미에게 준 것은 유미네 낡은 양복점에 두기엔 너무 크고 무거운 피아노와 평생 저주의 삶을 살도록 만든 허영과 망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녀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쓰듯이, 자신의 거짓인생을 자신의 진짜 인생이라고 믿는 순간이 있었다 할지라도, 결국 마지막엔 모래성 같은 자신의 인생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 어쩌면 이 우울한 드라마의 아주 초라한 위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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