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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의 추락-영화 블루재스민 스토리요약, 오마쥬, 느낀 점

by ♭♧※㏇ 2023. 4. 27.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여자의 옆모습
블루재스민 2013 개봉

영화 블루재스민은 2013년 개봉한 우디앨런 감독의 영화입니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재해석한 영화로써, 케이트 블란쳇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 요약, 오마쥬한 희곡과의 비교, 그리고 느낀 점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영화 블루 재스민 스토리 요약

소위 말하는 남편 잘 만나 뉴욕 상위 1%의 화려한 삶을 사는 재스민은 남 부러울 게 없습니다. 남편은 그녀에게 럭셔리한 삶을 선물했고, 그녀는 쇼핑과 파티를 즐기며 우아한 삶을 이어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남편의 사업은 약간 위험스러워 보이고, 또 불법적인 면도 있는 것 같지만, 그녀는 '자신은 남편의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말로 현재의 편안한 삶에 안주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이 나락으로 곤두박질쳐진 것은 순식간이었죠. 그녀는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이 늘 무시하고 속으로 경멸하던 샌프란시스코의 여동생 집에 신세를 지러 가게 됩니다. 빈털터리였지만 비행기 1등석과 샤넬 옷과 에르메스 백, 루이뷔통 캐리어는 포기할 수 없었죠. 여동생 진저와 재스민은 친자매는 아니었습니다. 둘 다 입양아였던 까닭에 닮은 데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죠. 진저는 남편과 이혼하고 어린 아들 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한때 그들 부부에게도 행운이라는 것이 굴러 들어와 복권에 당첨되기도 했지만, 거액의 돈을 재스민의 남편의 사업에 투자하는 바람에 몽땅 날리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저는 언니 재스민을 따뜻하게 맞아줍니다. 하지만, 자신의 추락한 삶을 제정신으로 견디기 힘든 재스민은 온갖 신경안정제를 먹으며 견디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진저와 그녀의 주변 사람들에게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재스민에게 두 번째 기회가 오게 됩니다. 진저와 함께 간 파티에서 그녀의 수준에 걸맞은 멋진 남자 드와이트를 만나게 되죠.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 그는 정치에 꿈이 있는 외교관이었고, 그녀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신의 신분을 꾸며 말하게 되죠. 재스민과 드와이트는 연인사이로 발전하고 마침내 드와이트는 그녀에게 청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녀의 제2의 화려한 삶이 펼쳐지기 일보직전이었죠. 하지만 약혼반지를 사러 들른 시내에서 진저의 전남편 오기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전재산을 날려버린 재스민이었기에, 그는 드와이트 앞에서 그녀의 남편 할의 이야기와 하버트를 중퇴한 아들 대니의 근황까지 알려줍니다. 결국 그녀의 모든 거짓말이 드러나게 되고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됩니다. 사실 재스민의 불행은 자신이 자초한 일이라 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죠. 재스민은 남편의 불륜에 이성을 잃고 FBI에 전화를 걸어 남편의 비리를 폭로하고 맙니다. 할은 체포되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 아들은 이 모든 사실이 부끄러워 하버트를 자퇴하고 떠나버린 것이었습니다. 재스민이 드와이트와 헤어진 후 너덜너덜해진 채로 집에 돌아왔을 때 동생 진저는 그녀의 애인 칠리와 함께 있습니다. 그녀는 그 둘과 다시 한바탕 말다툼을 한 후 빈손으로 집을 나옵니다. 재스민은 홀로 벤치에 앉아 제정신이 아닌 모습으로 혼잣말을 하며 호화스러운 옛 시절을 떠올립니다. 모든 것을 잃었고, 한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은 허영덩어리였지만 그것만이 그녀가 꼭 소유하고 싶은 단 하나의 가치인 듯 그렇게 중얼거리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녀가 처음에 입고 왔던 샤넬 트위트 재킷은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인 것처럼 갈 곳 없이 벤치에 앉아 있는 그녀의 초라한 몸에 여전히 '얹혀져' 있습니다.

오마쥬한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영화 블루재스민은 1951년 개봉한 말론브란도와 비비안 리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 1947년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오마쥬한 작품입니다. 영화의 재스민과 희곡의 블랜치는 같은 삶을 사는 여자들입니다. 남부 명문가였던 블랜치의 집안은 몰락해 버리고 그녀의 남편은 자신의 동성친구와 바람을 피웁니다. 블랜치에게 동성애 사실을 들킨 남편은 그녀 앞에서 권총으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그 이후 그녀는 현실의 삶에서 도망쳐 버립니다. 학교의 선생님으로 취직했지만 제자와 해서는 안될 짓으로 인해 쫓겨나고 호텔에서 하류인생의 삶을 살다 자신의 허언증으로 인해 또다시 쫓겨나고 맙니다. 완전히 빈털터리가 된 블랜치는 전차를 타고 동생 부부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미치라는 남자를 만나 결혼약속까지 하게 되지만 블랜치의 거짓말을 모두 알게 된 미치는 그녀를 떠나버립니다. 재스민이 약혼 직전에 드와이트에게 모든 걸 들켜 그와 헤어지게 된 것처럼 말이죠. 동생이 출산을 위해 병원에 간 사이, 동생의 남편 스탠리는 블랜치에게 몹쓸 짓을 하고, 정신적인 충격으로 그녀는 넋이 나가버리죠. 결국 병원에 수감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남성에게 의존적이고 현실감각이 없는 두 여자의 결말은 처참합니다. 백만장자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는 허황된 욕망을 진실처럼 믿고 있는 블랜치, 그리고 일류 상위층의 삶을 만끽하며 남부러울 것 없이 남편이 마련해 준 온실 속에서 살면서 자신을 가꾸기에만 몰두했을 뿐 현실의 가혹함은 알지 못했던 재스민.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도피처인 과거를 회상하며, 다시 자신의 화려한 재기를 위한 욕망에 집착하는 것뿐입니다. 만약 그녀가 그렇게 빈털터리가 되었어도, 파티에서 드와이트를 만났을 때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면 그녀가 가진 아름다운 외모와 품위만으로도 드와이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 거라는 순진한 생각도 해봅니다.

느낀 점과 감상평

이 영화는 사실 극상류층의 삶을 살다가 추락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영화라 생각됩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의 배신으로 인생은 바닥을 치고, 감당하기 힘든 충격으로 미치기 직전까지 가게 되는 일은 안타깝지만 결혼생활에선 좀 흔한 이야기인 듯합니다. 그렇게 바닥을 치고 나면 문득 깨닫습니다. 내가 안전지대에 있을 때 바라봤던, 왜 저렇게 사나 이상하게 생각했던 타인의 삶들이 사실 나의 삶과 그다지 다른 모습의 삶이 아니며, 그들의 알아듣지 못할 중얼거림과 과도한 액션등 어색하고 불편한 행동들이 어쩌면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녀가 낭떠러지로 추락한 후 재기하기 위해 남자친구에게 하는 거짓말들은 또다시 그녀를 재기불능의 늪으로 끌어당겼지만, 남편과 함께 했을 때의 그녀의 우아한 삶이 허상과 거짓이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것이 그녀의 삶 자체이고, 그녀가 입양아였던 어쨌든 간에, 어린 나이에 남편과 결혼하여 남편의 성공과 더불어 상류층의 삶을 산 것이 지탄받을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녀가 그녀의 모든 삶을 너무나 남편에 의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입니다. 또한 남편이 외도를 하고, 20대도 안된 여자를 사랑한다면서 이혼을 요구할 때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당연히 힘들지만, 그래도 이성의 마지막 끈은 놓아선 안 됐었다는 것이 역시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원인제공이야 남편이지만, 결국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끈 것은 그녀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남편의 바람기를 재스민은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요? 동생 진저가 말한 것처럼 '곤란한 일은 모르는 척' 하는 그녀의 특기가 발현된 것은 아닐까요? 그녀가 쌓아 올린 우아함은 남편의 이혼 요구 앞에서 한순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은 너무나 크고, 그녀의 무너져내리는 모습 또한 배신의 크기만큼 추하고 사납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꼭 배울 점을 얻어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의 교훈을 줍니다. 첫째, 남편을 믿지 말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자. 둘째, 싸우더라도 앞날을 위해 내 몫을 남겨두는 싸움을 해야 한다. 지금의 제가 아니었다면 이런 교훈은 어쩜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신과 변수는 삶에서 몹시 흔하고, 그 흔한 배신과 변수에 미리 대비를 하지 못한 안일한 마음의 실수 또한 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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