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은 2007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작품입니다. 주연배우인 전도연은 이 영화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1985년에 발표된 이청준의 중편소설 '벌레이야기'를 원작으로 하였으며 소설에서는 아들을 잃은 엄마가 유괴범이 사형된 지 이틀 후에 자살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영화 밀양의 줄거리, 배우들, 영화 후기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영화 밀양 줄거리
서른 세살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미망인이 된 신애는 아들 준을 데리고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와 새 삶을 시작하려 합니다. 피아노 학원을 열고, 주변 사람들과도 어울리려 노력하며 적응해 나가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시골생활을 한다는 게 녹록지는 않죠. 그러나 그녀가 밀양으로 내려온 첫날 고장 난 차 때문에 도움을 받았던 카센터 사장인 종찬은 그녀가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과한 친절을 보입니다. 그녀는 가진 재산도 없었지만 또 마을사람들에게 가난한 미망인으로 보이는 게 싫어 재산이 제법 되고, 땅을 보러 다닌다는 거짓말도 하게 됩니다. 그런 행동은 그녀가 밀양에 내려와 잘 적응해보고자 하는 노력이었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 참혹하게 돌아옵니다. 그녀의 있지도 않은 재산을 노린, 아들 준의 웅변 학원 선생님이 준을 유괴하고 결국 아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한 채 강 언저리에서 발견됩니다. 아들을 잃은 신애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아들의 사망신고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신애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근처 교회를 찾아가고, 거기서 피를 토해내 듯 숨이 끊어질 듯한 격렬한 오열을 하며 통곡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신애를 따라온 종찬은 그런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때 목사가 신애의 머리 위에 손을 얹자 그칠 것 같지 않던 신애의 통곡이 점점 잦아들고 마침내 울음을 그치게 됩니다.
이후 신애는 열렬한 기독교 신자가 됩니다. 신도들과 어울리며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얻었음을 말하고 다닙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 상처는 아물지 않았던 그녀는 유괴범을 용서함으로써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겠다는 결심에 이르게 됩니다. 직접 자신이 자신의 아들을 죽인 유괴범을 대면하고 하나님의 뜻을 전하며 그를 용서함으로써 스스로도 마음의 지옥으로부터 구원받을 생각이었죠. 하지만 교도소에 수감된 유괴범은 신애의 용서가 이미 필요 없는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역시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고, 마음이 편안하다는 말을 합니다. 신애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자신은 그를 용서하지도 않았는데, 지옥과 같은 나날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는데 그는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신애의 정신적 고통은 점점 심해집니다. 교회 예배시간에 찾아와 횡포를 부리며 신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고, 교회장로를 유혹하여 타락시키려 하고, 자신의 손목을 자해하며 하늘을 향해 신을 조롱하고 야유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녀가 사람들에게로 달려가 외친 말은 '살려주세요' 였으며, 정신병원에서 퇴원 후 머리카락을 자르려 마당에 앉았을 때 종찬이 거울을 들며 거들어줍니다. 지저분한 마당 한 구석에 햇살 한 줌이 비춰 들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주연배우
전도연
어릴 때부터 봐 왔던 배우가 대배우가 되는걸 지켜보는 일은 즐거운 일인 듯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1990년 CF '존슨 앤 존스' 광고를 기억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1997년 영화 <접속>이 당시의 신문물이자 X세대를 대변하는 PC통신을 소재를 한 세련된 영화였고, 그녀의 첫 번째 영화가 대박을 터트리기 전까지 그녀는 귀엽고 앳되지만 다소 평범한 듯한 얼굴의, 주인공의 '친구' 역할이나 조연역할을 맡아왔던 배우였습니다. 그러나 <접속> 이후 그녀가 선택한 영화들이 대박행렬을 보여줌으로써 대세 배우로서의 자리매김을 톡톡히 하게 됩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들은 늘 전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는 캐릭터들이었으며, 그녀는 얌전한 회사원이었다가, 조폭두목을 사랑하는 여의사가 되었다가, 17세 시골여자아이가 되었다가, 바람난 유부녀가 되는 등 그녀의 변신은 그야말로 흥미롭고 다채로웠습니다.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시작하여 2023년 넷플릭스 드라마 <길복순>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송강호
송강호의 첫 충무로 데뷔작은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단역출연이라고 하는데, 대중들이 기억하는 그의 데뷔작은 아마도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초록물고기>에서 그는 진짜 깡패로 오해받을 만큼 리얼한 연기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넘버 3>에서 특유의 입담으로 신스틸러로 등극하며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이후 영화 <쉬리>에서 지적인 이미지 변신을 했으나 '실패'라는 쓴 맛을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서른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많은 흥행작과 수상기록을 남겨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특히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 <기생충>으로 천만관객돌파 영화 네 편을 필모그래피에 올린 배우가 되었습니다. 2022년에는 영화 <브로커>로 한국인 최초로 칸 영화제 배우 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통산 7번째 칸 진출 배우가 되었으며 경쟁부문에만 4회 초청되는 등 한국 배우 최다 진출 기록을 이룬 배우가 되었습니다.
영화 후기
영화 포스터의 문구는 참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런 사랑도 있다....'라니....... 그 사랑이 하나님의 은총이든, 묵묵히 신애를 지켜보는 종찬의 마음이든 간에, 개인적으로는 실패한 카피인 것 같습니다.
밀양은 보고 난 후 마음이 아프고 무거워지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용서와 구원이라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용서' 라는 걸 인식하고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대면하고 용서를 구하려 하지만, 그는 이미 그녀의 용서가 필요 없는,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용서와 구원을 받은 말간 얼굴로 그녀를 마주합니다. 하나님의 자비는 살인자에게도 유효하지만, 그녀에게까지는 미치지 않는 듯한 원망이 그녀의 몸과 마음에 휘몰아칩니다. 자신을 구원해 줄 줄 알았던 종교는 그녀를 구원해주지 못하고 그녀가 미처 용서를 하기도 전에 새치기 하듯 살인자를 구원하고 그녀의 마음의 안식을 위한 마지막 의식까지 앗아가 버립니다. 그녀는 그렇게 황폐해져 가고 망가져갑니다. 종교를 모독하는 행위를 하고, 끝내 자해까지 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지만, 그녀가 길바닥에 널브러진 채 사람들에게 소리치는 말은 '살려주세요'입니다. 그 장면은 저에겐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끝내 '살려달라'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삶'이란 대체 무엇인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은 삶이란 원래 모든 고통을 수용하고 지속되어 가는 것이라는 말인지, 더러운 진흙마당 한 구석에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들어온 햇살 한 줌을 위안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라면 그게 왜 지속해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인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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