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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계시나이까- 영화 사바하 줄거리, 감독의도, 모티브와 비하인드

by ♭♧※㏇ 2023. 4. 9.

영화 사바하-2019년 개봉

영화 사바하는 2015년 '검은 사제들'로 데뷔한 장재현 감독이 4년 만인 2019년에 내놓은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이다. 성불의 경지에 든 인간조차 타락하게 만드는 욕망, 절박한 순간에도 침묵하는 신을 향한 원망이 오컬트라는 장르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 사바하 줄거리

1999년 금화는 쌍둥이 언니와 함께 태어나지만, 언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기괴한 형체이다. 이름도 없이  '그것'이라고 불리는 언니는 뱃속에서부터 금화의 다리를 뜯어먹으며 잉태되었고, 때문에 금화는 절름발이로 태어난다. 엄마는 출산 후 사망하고 아버지 역시 자살한 후 금화는 조부모의 손에서 자라게 된다. 얼마 살지 못할 거라던 의사의 말과 달리 '그것'은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개사육장 뒷마당 창고에 짐승처럼 갇혀 지낸다. 한편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밝히는 일을 하는, 사이비보다 더 사이비 같은 박목사는 신흥종교단체 사슴동산에서 모시는 신이 '사천지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박목사의 후배 해안스님은 그에게 그들의 경전을 알아보라 조언해 준다. 박목사는 사슴동산의 신앙대상이 장군신이 아닌 사천왕이며, 각 방향의 중심이 영월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슴동산 신교는 정나한에게 금화의 인적사항이 있는 서류를 주고 정나한은 금화를 죽이기 위해 집안으로 침입한다. 그러나 창고에 갇힌 '그것' 역시 이상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곧 새들이 창을 깨고 들어와 정나한의 발아래에서 피를 흘리며 죽으면서 금화의 방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한다. 정나한은 공포에 싸여 뛰쳐나오다 뒷마당 창고로 향하게 되고 문 아래를 들여다보다 '그것'과 눈이 마주친다. 박목사는 사슴 동산의 경전을 쓴 김제석에 대해 알게 되고, 동방교 교주 김제석은 신이 된 사람이며 경전을 만든다고 잠적 한 뒤 행방이 묘연하지만, 그의 최측근 제자만이 그를 만날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제석이 후원했다는 소년 교도소를 통해 김제석이 특히 4명의 소년수를 양아들로 삼았다는 말을 듣게 되고, 그 양아들은 모두 죽고 정나한만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박목사는 티베트고승 네충텐파를 통해 1985년에 김제석을 만난 일이 있고, 그가 실제로 미륵이었으며 그에게 100년 후 김제석이 태어난 땅에서 천적이 태어나 김제석을 파멸시킬 것이라는 예언을 해주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김제석은 성불하여 불사의 존재가 되었으나, 천적이 태어난다는 예언을 듣고 자신이 태어난 영월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있는 4개 도시 태백, 제천, 단양, 정선에 양자로 삼은 소년수 4명을 사천왕으로 삼고 1999년생 여자아이들을 모두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금화는 가출을 시도하다 나한에게 납치 당해 매장당할 위기에 놓이자, 자신의 집에 쌍둥이 언니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나한은 다시 '그것'을 죽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다. 

 

감독의도

사바하 영화감독 장재현은 한국의 대표 오컬트 영화감독이다. 2015년 기독교와 전통 신앙을 결합한 <검은 사제들>로 호평받은 후 4년 만에 불교세계관을 근간으로 한 영화 <사바하>를 내놓았다. 감독은 TV 영화프로그램  '방구석 1열'에 출연하여 영화에 대한 여러 궁금증에 대해 답변한 바 있다. 밀교를 수행하여 영생의 방법을 터득한 김제석은 박목사의 말대로 '용이 뱀이 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불교에서 부처는 죽은 다음에 이룰 수 있는 경지이고, 김제석은 죽기 직전의 경지에 다다른 인물이다. 성불의 문턱에 이르렀지만 욕망에 사로 잡혀 타락한 인물인 것이다. 감독은 그것이 우리의 인생사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 세상의 많은 종교인들이 처음은 항상 좋은의 도로 시작하지만 매너리즘과 욕망, 집착에 의해 변질된다고 했고 김제석이 그런 인물을 대변한다고 했다. 하지만 감독은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꼭 지키고 싶었던 것이 '정확히 선과 악을 나누지 말자' 였다고 한다. 힌두교에서는 굉장히 숭배받는 신들이 사람도 잡아먹는다. 마찬가지로 '그것'도 누군가를 해칠 수 있다. 그것의 부정적인 기운 때문에 주변 농가의 소들이 떼죽음 당하기도 한다. 불교에서 바라보는 인생사는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는 것. 사슴을 잡아먹는 사자가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감독은 묻는다. '그것' 역시 뱃속에서 동생의 다리를 먹었지만 악이 아니고  그것이 곧 자연의 섭리이다. 만약 금화의 다리가 멀쩡했다면 진작에 가출했을 것이고 정나한과 '그것'이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무속인이 찾아왔을 때 뱀이 무속인을 물게 한 것은 무속인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기다린 사람이 아니어서이고, '그것'은 창고에서 16년 동안 정나한만을 기다렸다. '그것'이 그토록 흉측한 모습인 이유는, 가족들에게 공포감을 주지 못하면 가족들이 이쁘게 키워 출생신고를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주민등록증이 있기 때문에 김제석의 표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그것'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정나한에게 수인을 보여주는 이유는, 정나한에게 신적인 존재가 부처이기 때문이라는 것. 만약 기독교인이 찾아온다면 '그것'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정나한을 빠른 시간 내 설득하려면 부처 인 척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빠르기 때문에 부처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티브와 비하인드

주성철 기자는 장재현표 오컬트 영화의 특징으로 종교의 컬레버레이션을 꼽았다. <검은 사제들>에서도 퇴마를 하러 간 최부제와  어린 강신무당이 마주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이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하지만 감독은 의외로 사바하에선 가장 관객수가 많을 것 같은 두 종교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제석으로 이미 인지도가 너무 높은 배우 유지태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배우를 썼으면 반전효과가 컸을 텐데 유지태 배우의 아우라를 통해 늙지 않은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에 더 초점을 두었다고 했다. 저렇게 건장한 사람이라면, 120살까지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그런 건장한 사람과 헛간에 있는, 불완전하게 태어난 '그것'과의 대비가 극명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모티브는 성경의 마태복음 2장 16절 '헤롯왕 이야기'에서 가져왔다. '이에 헤롯이 박사들에게 속은 줄 알고 심히 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  박사들에게 자세히 알아본 그때를 기준하여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이니.' 1999년에 태어난 아이 중 하나가 자신의 천적이라는 예언을 네충텐파에게 들은 김제석이 81명의 여자아이들 살해하는 것은 헤롯왕 이야기와 닮아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거리가 크리스마스 물결로 시끌벅적해지자, 반짝거리는 조명들을 바라보며 박목사는 옆에 앉아있는 요셉에게 말한다. "크리스마스가 즐거운 날이니? 아기 예수가 태어나기 위해 베들레헴의 수많은 아이들이 죽었거든."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 박목사의 독백은 왠지 모를 울컥함을 선사한다. '어디 계시나이까. 우리를 잊으셨나이까. 어찌하여 당신의 얼굴을 가리시고 그렇게 울고만 계시나이까. 깨어나소서. 저희의 울음과 탄식을 들어주소서. 일어나소서. 당신의 인자함으로 우리를 악으로부터 구하시고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정나한과 김철진은 신의 뜻이라는 이유로 저질러온 살인에 대해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하지만, 자신의 일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누구에게도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김제석의 욕망에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에게 절규하는 장면에선 그의 고통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처절하다. "넌 그냥 살고 싶은 포식자야. 밤마다 애들이 울어. 당신이 그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 있어? 네 목이 백 개라도 부족하다!"  종교인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신의 뜻이라고 해버리면 책임은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는 것에 대한 원망, 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하진 않지만, 가장 절박한 순간에도 침묵하는 신을 향한 원망이 담긴 영화 사바하는 인간존재와 욕망에 대한 진한 여운을 주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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