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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기차에서 내리고 싶다 - 영화 비포 선라이즈 내용과 감상

by ♭♧※㏇ 2023. 8. 26.

비포선라이즈 포스터
비포선라이즈 1995년 개봉

비포 선 라이즈는 1995년에 개봉한 영화로 비포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감독을 맡았으며 에단호크, 쥴리델피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비포 시리즈는 9년 주기로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까지 선보였으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는 영화입니다.

 

비포 선라이즈 줄거리

단 하루, 그때는 몰랐지. 질긴 인연이 될 줄

파리로 향하는 기차 안. 독일 부부가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싸우고 있습니다. 시끄러운 옆자리 부부를 피해 셀린느는 비어있는 다른 자리로 가서 앉게 되고, 그 옆칸엔 잘 생긴 미국 청년 제시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 둘은 함께 시끄러운 부부를 피해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하며 소소하고, 즐겁고, 끝이 없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대화는 사소하기도 하고, 또 사적이기도 한데, 어찌 됐든 둘은 대화가 잘 통하는 듯합니다. 잘 생긴 두 남녀가 우연찮게 만났는데 대화까지 잘 통하다니..... 젊음의 특권이라 생각됩니다. 부럽습니다. 그리고 제시는 프랑스로 가야 할 셀린느를 설득해 비엔나에서 내려 함께 온종일 거리를 걸으며 그놈의 끝이 없는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갑니다. 그리고 해가 지는 저녁 관람차 안에서 키스를 하며 그 짧은 순간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또다시 끝없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관람차 안에서 키스하고 싶어 하던 제시를 셀린느는 놀리며 즐거워합니다. 함께 길거리 즉흥시인의 시를 사기도 하고, 시선을 맞춘 대가로 점쟁이 아줌마에게 바가지 쓰며 점도 봅니다. 술집에 들어가 사기를 쳐서 술을 한 병 얻어 나오기도 하고 잔을 훔치기도 하며 즐겁게 하룻밤을 보냅니다. 그리고 드디어 날이 밝아오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옵니다. 둘은 헤어지기 싫었지만, 젊어서 그런지 무모하게도 주소나 집 전화번호 따윈 주고받지 않고 6개월 뒤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집니다.

 

세월이 얼마나 빨리 가게요

영화를 보다보면 1995년 영화이지만 또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난 것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그들의 단벌 패션이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배경이 너무 아름다워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영화 곳곳에서 세월이 얼마나 변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일단 휴대폰이 있는 시대였다만 스토리 자체가 만들어지기 어려웠을테지요.유튜브도 휴대폰도 없던 시절, 전반부에서 제시가 24시간 인간관찰 다큐에 관한 아이디어를 이야기를 하면서 이것을 전 세계에 어떻게 송출할지가 고민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의 허무맹랑한 듯한 이야기가 지금은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또한 영화를 보면서 새삼 놀라운 변화 중 한 가지는 주인공 빼고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담배를 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늙은 바텐더 할아버지부터 식당의 모든 테이블에서 담배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고 있노라면 왜 몸에 좋은 담배를 만들지 못해서 담배를 이렇게 21세기의 사회악으로 만들어놓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학기술은 이렇게 발전했는데 안타깝습니다. 한번 흡입만으로 폐의 기능이 좋아지고, 혈관이 깨끗해지고 아로마 효과도 주어서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담배는 언제쯤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낭만과 오글거림이 공존하는 것 역시 젊음의 특권이지 않나 싶습니다. 처음 기차에서 내려 서로에 대한 사적인 얘기를 질문형식으로 주고받을 때 제시의 변태스런 질문은 아주 소오름이었지만, 셀린느와 제시가 친구에게 전화하는 상황극을 만들어 서로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는 부분은 오글거리지만 귀여웠고, 특히 뮤직부스 안에서 음악을 감상하며 서로를 흘끗흘끗 쳐다보는 장면은 영화의 대표 셀렘 장면 중 하나로 기억될 만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주인공들

에단호크의 기름진 머리결도, 줄리델피의 밑그림 같은 얼굴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외모의 정점에서 아름다운 두 남녀의 이야기는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누군가를 난생처음 만났는데 말이 잘 통하고 계속 함께 있고 싶고, 결정적으로 외모도 어마어마하게 아름답다면 누구라도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한순간의 인연이 평생의 인연이 되기 위해선 얼마나 고단한 인내의 시간이 있어야 하는지 비포 후속작들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비포선셋에서 조금씩 드러나 보이는 셀린느의 신경질적인 모습은 비포 미드나잇에서 정점을 찍는 듯합니다. 젊고 활발하고 세상 무서울 것이 없어 보이던 제시는 더욱 실망스럽습니다. 셀린느가 어느 대학에 다니는 지도 알았으면서, 구두로 대충 한 약속이 어긋났다고 다시 찾아볼 생각을 하지도 않은 것인가요? 그러다 작가가 되어 파리 책방 사인회에서 그녀와 다시 재회를 하게 됩니다. 그것도 그녀가 책방에 찾아와서 이루어진 만남이지요. 그리고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안타깝게도  지긋지긋한 부부의 인연을 만들어 버립니다. 현실부부의 실감 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젊은 시절의 사랑은 신기루인 것 같은 좌절을 안겨줍니다. 그게 인생이라고요? 누가 모릅니까?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긴장하지 않으면 삶은 팍팍한 고구마처럼 삼키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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