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1950년대 미국의 서브버브에서 살아가는 프랭크와 에이프릴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권태롭고 위태로운 부부의 적나라한 현실과 동상이몽을 드러낸 이 영화의 스토리와 영화정보, 감상평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스토리
서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파티에서 처음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에이프릴과 프랭크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고, 뉴욕 맨해튼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교외 지역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집을 마련하여 행복하게 삽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잠시일 뿐, 그들의 일상은 권태롭기 그지없습니다. 가정을 꾸렸기 때문에, 그들은 결혼 전 꿈꿔왔던 생활은 뒤로 젖혀두고 남편으로서 돈을 벌러 회사에 꾸역꾸역 나가고, 아내로서 집안과 아이를 돌보는 일에 하루를 소진합니다. 배우를 꿈꾸는 에이프릴이 주인공을 맡게 된 연극을 완전히 망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서, 프랭크의 영혼 없는 위로가 에이프릴을 더 화나게 하고, 위로를 하고 있는 자신에게 오히려 화를 내는 에이프릴의 모습에 프랭크 역시 폭발하고 맙니다. 이후 일상탈출을 꿈꾸는 에이프릴은 막연한 기대와 몽상에 가까운 계획으로 이민을 가지고 프랭크를 조릅니다. 프랭크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그 역시 권태로운 회사생활에서 탈출하고픈 맘이 있기에 승낙하게 됩니다. 이웃 친구네 집에 가서 자신들의 파리행 계획을 말한 뒤 집으로 돌아와 그들은 마치 이미 파리에 와 있는 듯 즐거워하며, 부러워하던 친구의 모습을 얘기하며 박장대소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뜻하지 않는 셋째 아이의 임신으로 수포로 돌아가게 되고, 그 일로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걷잡을 수 없이 서로를 비난하며 싸우게 됩니다. 결국 에이프릴은 스스로 기구를 사용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해버리고 결국은 사망에 이르는 비참한 결말에 이르고 맙니다.
영화정보
이 영화는 '아메리칸 뷰티', '1917'을 만든 샘 멘데스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케이트 윈슬렛과 샘 멘데스 감독은 부부였고, 케이트 윈슬렛이 동명의 소설을 읽고 난 후, 남편에게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영화로 그녀는 골든글로브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은 영화 '타이타닉'의 커플로 유명합니다. 1997년 개봉 당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24살이었고 케이트 윈슬렛은 23살이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리즈 시절에 만들어낸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두 사람이 다시 재회하게 된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보기 전엔 아마도 러브스토리를 기대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영화를 보고 난 후엔 처참할 정도로 산산조각이 납니다. 그 또한 영화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저자인 리처드 예이츠는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났습니다. 예이츠는 군에 입대하기 전에 학교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비참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 후 그는 결혼했고, 두 아이를 낳았고, 파리로 이사를 갔고, 결국 이혼했다고 합니다. 그는 항상 알코올 중독과 싸웠고 술에 취한 순간에 글을 썼습니다. 소설의 인물들에게 자신의 사생활이 많이 투영됐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2005년도에 타임지 100대 영문 소설로 선정되면서 재발굴된 작품입니다. 타임지는 1923년부터 2005년까지 발표된 영어권 소설 중 100편을 뽑아 2005년 10월 16일에 새로운 '100대 영문 소설'목록을 작성했는데 그중의 한편이 바로 '레볼루셔너리 로드'입니다. 1961년 발표 당시에도 대중적으론 외면받았던 이 작품을 100대 영문 소설 중 한편으로 꼽으면서 작품과 리처드 예이츠에 대한 재평가도 이루어졌습니다. 소설은 1961년 발표 때 전미 도서상 후보까지 올랐습니다.
영화 감상평
어쩌면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덫에 걸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왜 남녀는 결혼 전까지 서로의 다른 점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 왜 자신과 다른 점이 장점으로 보이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뜻하지 않은 접점으로 만나게 된 그 한순간이 없었다면, 절대 인생에서 만날 일이 없었을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만나, 왜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뒤늦게 번쩍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인지, 이 모든 걸 그저 종족번식을 위한 호르몬의 장난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랑?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위험하지 않은 건 없지만, 사랑의 순간은 잠깐이고 불행과 권태가 휘어 감은 것 같은 결혼생활이 그 나머지의 삶이고,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되었다면 '이 모든 것이 호르몬 때문이다'라고 개탄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서로가 상대방의 꿈에는 관심도 없고, 알고 보면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들이며, 나중에 어떤 큰일이라도 생기면 변명이라도 하기 위해 선의를 베풀 듯 하나씩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보험처럼 쌓아갑니다. 그리고 여지없이 갈등이 폭발하는 날, 자기가 베풀었던 보험을 청구라도 하듯, 마치 자신의 인생을 바쳐 모든 걸 해준 것처럼 으스대고 발악하며 배우자로서의 무책임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의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잡아먹을 듯이 서로를 질타하고, 또 그 질타를 철벽방어하며 스스로를 옹호합니다. 같이 사는 부부의 생각이 그토록 다르다는 것은 절망적입니다.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의 잘못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인격모독이 될 만큼 추궁하는데, 다른 한 사람은 또 그에 대적할 만한 반론이 있다는 것은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있다는 말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소통이라곤 눈에 찾아봐도 없는 부부의 모습. 동상이몽 안에서 싸우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선 서로에 대해 무관심할 때 가능한 것이며 그건 가면을 쓰고 행복을 가장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현실부부의 모습이지 않나 씁쓸한 생각이 들 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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